로아 잡담

보석이 범람하고 골드는 무너졌다 – 로스트아크 경제 위기의 본질

티르시 2025. 4. 18. 06:0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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로스트아크 경제는 왜 무너졌는가

– 구조적 결함이 만들어낸 골드 인플레이션의 실체

 

1. 서론 – “이건 단순한 패닉셀이 아니다”

현재 로스트아크의 경제 상황은 한마디로 혼돈이라고 할 수 있다.

이는 근본적인, 시스템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다.

특히 골드의 가치 하락은 그 심각성을 넘어서 이제는 회복이 가능한 수준인지조차 의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.

이번 글에서는 내가 주관적으로 바라본 ‘로스트아크 경제 위기의 원인’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.

 


 

2. 첫 번째 원인 – “너도 나도 부계정, 골드는 무한히 풀린다”

 

로스트아크는 정식 출시 때부터 한 명의 유저가 최대 5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도록 열려 있었다.

하지만 초창기에는 다계정 운용이라는 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. 부계정을 하나 키우려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고, 노력에 비해 결과도 형편없었다.

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. 그 시점이 바로 로스트아크가 ‘신규 유저 진입 장벽 완화’를 이유로 각종 성장 지원 패치를 연달아 내놓기 시작했을 때부터다.

가장 대표적인 게 ‘점핑권’과 ‘익스프레스’다.

  • 점핑권은 일정 구간까지 스토리를 건너뛰고 캐릭터를 빠르게 육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템이고,
  • 익스프레스는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자원과 가이드를 제공하여 유저가 일정 스펙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.

운영진은 이를 통해 신규 유저들의 정착률을 높이고자 했지만, 이 시스템은 곧 “부계정 양산용 도구”로 활용되기 시작했다.

게다가 익스프레스는 명의 당 하나인 점핑권에 비해 계정당 하나 사용할 수 있었기에, 5계정을 가진 유저들은 일반 유저에 비해 최대 5배의 자원과 성장 지원을 받는 셈이 되었다.

이건 형평성의 문제를 넘어선다. 시스템 자체가 다계정 유저에게 말도 안 되는 이득을 안겨주고 있었고, 정작 운영진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. 여전히 익스프레스는 계정당 1개씩 주어지고 있고, 점핑권도 지속적으로 아무 제한 없이 지급되고 있다.

 

 


 

3. 두 번째 원인 – “하루에 3T 보석 1200개? 그게 가능해?”

 

로스트아크의 캐릭터 생성 구조를 보면, 서버 당 30개, 계정당 5개, 총 8서버를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
최대 1,200개의 캐릭터를 한 유저가 보유할 수 있다.

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고,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열성 유저라도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문제는 몇십 개 ~ 몇백 개 정도의 캐릭터를 실제로 돌리는 유저들이 존재한다는 거다.

그렇게까지 왜 하냐고?

이유는 간단하다. 보석 때문이다.

현재 1540 카오스 던전과 1640 쿠르잔 전선에서 나오는 보석의 갯수가 거의 동일하다.
즉, 적은 투자로 1540을 맞춰서 보석을 수급하면 효율이 말도 안 되게 좋다.

그래서 유저들은 최소 투자로 1540 캐릭터를 다수 만든 다음, 카던만 돌려서 하루에도 수십, 수백 개의 보석을 생산하고 있다.

여기에 멀티 클라이언트, 불법 프로그램, 외부 명의 구매까지 얽히면 말 그대로 공장처럼 돌아가는 보석 생산 구조가 완성된다.
이건 이미 ‘게임’이 아니다. ‘작업’이다.

그리고 이 보석들이 거래소로 흘러들어오면서 시장의 밸런스를 완전히 깨버렸다.

결국 지금의 보석 가격은 정상적인 공급량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다.

 


 

4. 세 번째 원인 – “딜 인플레는 골드를 쉽게 만든다”

 

시즌2에서 시즌3로 넘어오며 등장한 시스템들:

  • 아크패시브
  • 초각성 스킬
  • 초각성기

이 모든 시스템들이 공통적으로 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.
즉, 예전보다 컨텐츠 클리어가 훨씬 쉬워졌다는 이야기다.

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?

골드를 버는 데 드는 시간과 스트레스가 급격히 줄어든다.
예전엔 겨우 클리어하던 레이드를 이제는 손쉽게 돌 수 있고, 그만큼 골드 수익은 안정적으로 확보된다.

그러자 ‘버스’ 문화가 더 확산됐다.
낮은 스펙 유저는 골드를 주고 고스펙 유저에게 클리어 도움을 받는다.
그러면 그 낮은 스펙 유저도 레이드를 클리어하고 골드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.

골드는 말 그대로 모든 유저에게 열려 있는 생산 자원이 된 것이다.
공급은 늘고, 소비는 정체되니 골드의 가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.

 

 


 

5. 이 모든 결과 – “로스트아크는 자멸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”

 

현재의 경제 위기는 단지 유저가 만든 문제가 아니다.
구조가, 시스템이, 의도하지 않게 ‘이 길’을 열어줬고,
그 틈을 파고든 유저는 당연히 그 안에서 최적화된 루트를 찾았을 뿐이다.

하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.

  • 골드는 더 이상 재화로서의 신뢰를 잃었고
  • 아이템은 제대로 된 가격 형성이 어려워졌으며
  • 신규 유저는 이 판에 들어오자마자 게임이 너무 어려워지고
  • 심지어 기존 유저들도 “왜 골드를 벌어야 하는가”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된다

 


 

6. 결론 – “시스템을 손대지 않으면, 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”

 

나는 이 문제의 해답이 유저들에게 있지 않다고 본다.
지금 유저들은 그저 구조적으로 허용된 시스템을 활용한 것뿐이고,
잘못된 설계가 낳은 문제를 유저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.

해결하려면 강하게 손대야 한다. 예를 들면:

  • 3T 보석을 4T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삭제
  • 점핑권과 익스프레스의 계정 귀속 강화, 또는 명의 기준으로 재조정
  • 골드 흭득 제한을 계정 단위로 조정
  • 다계정 유저에 대한 조치 및 단속 강화
  • 불법 프로그램에 대한 감시 및 법적 대응

지금은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질 때가 아니라
시스템이 유저를 어디로 몰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다.

그렇지 않으면, 로스트아크 경제는 지금보다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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